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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일을 오래할 수 있을까?’
MICE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보는 고민이지요. 이 사연을 읽다 보니 코엑스를 하염없이 뛰어다녔던 2005년 첫 행사 기억이 떠올랐어요.
'나 잘 할 수 있을까, 사인물에 오타 있는거 아니야?, 어머 무전기 찼어, 여기저기서 날 부르는데 뭐부터 해야하지, 명패 급하게 가져오래, 힘들어도 일단 뛰자.'
걱정과 불안함, 욕심과 책임감이 뒤섞여 무리하고 있다는 자각도 하지 못한 채 5일 동안 매일 15시간 이상 현장에서 근무를 했어요. 그러다 결국 행사가 끝나고 몸이 많이 상해서 며칠 간 병가를 내고 끙끙 앓았었지요. 그때 생각했어요. 아, 이 일은 오래 못하겠구나.
그 후 1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올해 마흔 네살이 되었습니다. 함께 MICE를 시작한 동료들의 절반은 이 업계를 떠났지만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저와 함께 하고 있고, 첫 사수였던 팀장님 역시 한 회사의 대표님이 되셨지요. 그래서 저의 대답은 “예, 오래할 수 있습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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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가 높아지면 실무보다 행사 전체를 파악하고 업무를 관리하게 되면서 자신과 팀원들의 업무량을 조율해나갈 수 있게 되지요. 팀원이나 현장 스탭들이 지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업무를 살펴주고 식사와 휴식 시간을 챙기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예요.
또한,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대해서도 관리를 하게 돼요. 막내 시절에는 행사만 생각해서 이 악물고 버텼지만 이제는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무리한 야근이나 현장에 과도한 업무가 생기면 바로 업무 지원을 요청해요. 바쁘지 않은 시즌에는 PT나 필라테스와 같은 운동도 하며 기초 체력을 기르고 연말에는 휴가를 길게 써서 장기간 여행을 다니기도 하지요.
MICE에서 전문가로 성장해서 인정받는 건 아이돌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해요. 처음에는 파트별 업무를 연습생처럼 끊임없이 배우며 훈련하고, 실무적인 능력을 인정받게 되면 프로젝트 매니저로 데뷔해서 행사를 총괄하게 되지요. 프로젝트 매니저로 능력을 인정 받게 되면
👉높은 직급의 관리자가 되거나
👉독립해서 회사를 차리는 경우도 있고,
👉MICE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요.
👉또는, 프리랜서가 되어 자신이 일하고 싶은 기간이나 시간에만 일하고 가족을 돌보거나 자신의 삶을 즐기기도 하지요.
결혼, 육아 등 개인 사정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어도 실력을 갖추었다면 언제든지 다시 취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마치 능력이 뛰어난 아이돌이 은퇴 후에도 솔로 가수나 프로듀서가 되어 오랫동안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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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핑크빛 미래만 이야기했나요?
사실 일을 오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예요.
MICE는 늘 현장을 준비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높고, 혼자 부딪히며 배워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걸 이겨내기 위해서는 일이 힘들지만 재미있게 느껴지고, 클라이언트와 팀에게 인정받고 성장하는 나의 모습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껴야 해요.
그리고 더욱 더 중요한 건 나를 방치하지 않고 지켜줄 수 있는 회사에 가야 해요. 하지정맥이 올 정도로 무리했다면 그걸 관리자에게 꼭 이야기하고 다음에는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업무를 조율하세요. MICE 현장에서 야근을 피할 수는 없지만 병을 얻으면서까지 일하는 건 옳지 않아요.
직업은 반려자를 만나는 것과 같아서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으면 오래 지속하기 힘들어요.
사연자님이 오랫동안 MICE를 좋아할 수 있을 지 꼭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