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행사를 유치하는 것은 엄청난 경제적 이득 뿐만 아니라 국가 브랜드 위상과 가치 상승까지 가져오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2030 엑스포를 유치하게 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는 61조 원에 이르는 경제 효과를 얻게 되는데, 이는 월드컵 개최 효과의 무려 4배에 이르는 수치라고 합니다.
이런 엑스포와 같은 국제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아오기 위해 경쟁하는 것을 바로 ‘유치경쟁’이라고 합니다!
유치경쟁이라는 말이 생소한가요? 사실 우리는 이미 유치경쟁을 본 적이 있어요. 국가간 유치경쟁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개최했던 큰 행사들로는 88 서울 올림픽, 93 대전 엑스포, 12 여수 엑스포, 18 평창 동계올림픽 등이 있습니다. 어때요, 모두 한번쯤은 들어보셨죠?
MICE 업계에서도 국제단체가 주최하는 학술대회나 포럼, 전시회 등을 유치할 자격을 얻기 위한 다양한 유치경쟁이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것이 확정되기 전까지, 크게 두 가지 유치경쟁이 열립니다.
1차. 전세계 국가별 유치경쟁 (국가별 유치 신청)
- 행사를 국내로 유치하기 위한 국가별 경쟁으로 ‘왜 이 행사를 한국에서 유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합니다.
2차. 한국 안에서의 유치경쟁 (도시별 유치 신청)
- 한국 유치가 확정된 후, 국내 개최 도시를 결정하기 위한 도시별 경쟁으로 ‘왜 우리 도시가 행사를 개최하기에 최적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합니다.
위의 두 가지 사전 유치경쟁을 통해 개최국과 개최 도시를 결정하고 나면, 어떤 업체가 맡아서 행사를 실제로 운영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쟁쟁한 후보국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서 큰 국제 MICE 행사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할 권한을 가져온다는 것, 생각만 해도 엄청나지 않나요?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유치경쟁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MICE 업계에서 일하면서 국내 유치가 확정된 행사를 위한 제안서 작성 작업에는 몇 번 참여해봤는데요, 이런 사전 유치 단계에는 참여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말 운이 좋게 국가별 유치 신청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바로 2025 ITS 아태총회를 개최하기 위한 유치제안서 작성 프로젝트 입니다!
‘2025 ITS 아태총회’는 ITS (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지능형 교통체계) 학회에서 개최하는 아태 규모의 총회인데요, 도시별 유치 신청 단계에서 국토부의 신청을 받은 각 도시들 사이에서 경쟁 PT가 열렸고 이 중 수원이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저희는 이후 수원시/수원컨벤션센터의 요청을 받아 국가별 유치 신청 단계에서부터 함께 하게 되었어요. 저희의 도전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1) 약 한달 남짓의 정말 짧은 준비 기간
(2) 상대적으로 국제 인지도가 낮은 도시에서 개최된다는 점
(3) 2026 ITS 세계총회 개최가 한국으로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2025년 아태 총회를 또 도전하는 것
(4) 경쟁국으로 이미 두 번째 유치 도전을 하는 뉴질랜드가 나선 것
(5) 한국을 100% 완전히 밀어주는 우호국이 많지 않은 것 등등…
절반의 실패를 예상하고 시작한 유치일 정도로 저희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들이 가득했습니다.
유치경쟁, 유치경쟁…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초반부터 깊게 관여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어요. 모든 것이 어렵고 새롭고 서툴렀지만, 저는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저희는 이 모든 핸디캡을 극복하고 ‘2025 ITS 아태총회’를 수원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