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구님, 나와 잘 맞지 않는 팀원들을 견디느라 많이 힘드시지요?
저도 팀 복이 정말 없어서 다른 팀들이 하하 호호 웃으며 일할 때 항상 금쪽이가 있는 팀에 배정되어 마음앓이를 참 많이 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버틸지 막막함이 몰려오면서 이대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부끄럽게도 몸이 아프다고 핑계를 대며 지하철 역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며 오전 8시 55분에 덜컥 병가를 냈던 적도 있습니다.
신입사원 때 만난 금쪽이는 제 선임이었는데 당시 팀장님이 팀원관리나 업무 배정을 잘 정리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회의를 할 때마다 날 선 질문과 건의 사항으로 팀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어린 제가 보기에도 이런 감정싸움은 아니다 싶었지만, ‘내가 뭐라고. 그냥 가만히 있자.’ 라고 자포자기하며 빨리 행사가 끝나 다른 팀으로 배정되기 만을 바라며 버텼습니다. 🙏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연차가 쌓였고, 5년 차 대리가 되었을 때 연사 초청과 관리를 담당하며 총괄 PM을 서포트하는 부 PM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이제는 내가 연차도 되고 부팀장이니까 좋은 팀워크를 만들어봐야지.’ 라고 굳게 다짐하며 열심히 노력해 보았습니다. 팀원들에게 업무가 과중하게 배치되지 않도록 내가 일을 더 많이 가져오고, 업무 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외부 회의는 가급적이면 팀장님과 둘이 갔습니다.
아뿔싸😰 그런데 이게 화근이 되었습니다. 제가 업무를 가져가는 걸 팀원들은 자신들을 믿지 못해 일을 안 맡기는 거라고 생각하고, 외부 회의를 팀장님과 둘이 가는 걸 혼자서만 외부에 돋보이려 한다고 생각하며 결국 갈등이 생겨난 거지요. 어느 순간 미묘하게 변하는 팀 회의 분위기와 함께 팀원들은 은연중에 저를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행사는 잘 끝났지만 한번 깨진 팀워크는 되돌리기 힘들었습니다. 😿
결국 팀워크는 연차나 가치관에 상관없이 팀원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하고 있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지요. 연차가 낮아도 가치관이 달라도 신뢰는 생겨날 수 있습니다. 업무를 맡기면 업무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마감일을 지키며, 다른 팀원들이 편하게 데이터를 쓸 수 있도록 배려하며 문서를 정리하는 사람을 우리는 ‘신뢰’하고, 그런 사람과 ‘협력’하면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시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최고 경영컨설턴트인 패트릭 렌시오니는 <팀워크의 부활>이라는 책에서 신뢰를 아래와 같이 정의합니다.
‘신뢰’란 모두가 내 편이라는 생각과는 다른 겁니다. 서로 신뢰한다고 해서 상대에게 압박을 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신뢰란 팀의 구성원이 언제 동료를 압박해야 할지 그때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팀에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입니다.
결국 신뢰란 내가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됩니다. 애정이 없으면 신뢰가 생길 수 없고, 신뢰가 없으면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은 그저 의미 없는 불쾌함만으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애정이란 단어가 너무 현실감이 없다면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세심한 관찰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세심한 피드백을 주는 걸로 신뢰는 시작될 수 있어요. 연차가 낮아도 상사에게 세심한 피드백을 주는 건 얼마든지 가능해요.
예를 들어, 팀장님이 업무 마감일을 갑자기 당겨서 당장 내일 제출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면 신뢰가 없는 관계에서는 '왜 저래. 내가 바쁜 거 몰라? 너무 자기 편한 대로 일정을 조정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세심한 관찰을 하며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방금 전 클라이언트 전화를 받으셨는데 무언가 급한 요청을 받으신 것 같네. 하지만 나는 내일까지 마감할 업무가 여러 가지 있으니 우선순위를 조정해 달라고 하자.' 라고 다른 사정도 헤아릴 수 있게 되지요.
도망치는 것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물러나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일시적인 감정에 휩쓸린 결정이 아니라, 신중하게 숙고한 결과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팁은 <내가 힘든 상황이라는 걸 회사에 알리기>입니다. 만약 문구님이 회사에서 충분히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아무 액션도 취해주지 않는다면 그때는 도망이 아닌 당당한 탈출을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