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도 모든 준비가 완벽했던 그런 행사가 한번 있었습니다.
또다시 후원전시 파트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두 번째라고 처음보다는 업무가 손에 익어서일까요? 정말 모든 것이 착착 진행되었어요.
아무래도 이전에 후원사 로고 관련하여 아찔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현장 나가기 전 모든 곳에 로고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두 번 세 번 확인도 했습니다. (아찔했던 로고 에피소드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눌러보세요!)
배너, 현수막, 프로그램북, 기념품 등… 인턴 친구가 제작한 인쇄제작물의 모든 곳에 들어간 로고도 문제가 없는지 미리 다 확인했습니다. 저희의 사전 준비는 완벽했고, 다행히 행사도 큰 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지요. 이렇게 스무스하게 사건사고없이 진행된 행사가 흔치 않아서, 팀원들 모두가 행사가 끝난 후의 달콤한 휴가를 그야말로 100%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여 천천히 각자 파트의 결과보고를 준비하던 그 때였어요.
💥
행사 PM의 조심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다급한 도움 요청이 들려왔습니다.
“혹시 관광공사 로고 들어가 있는 사교행사 배너… 현장에서 따로 찍은 사람 있어?”
지원금 사용 결과보고를 위해 증빙사진을 제출해야 하는데, 공식 사진을 아무리 뒤져봐도 그 배너 사진만 없었던 것입니다.
사전 준비도 잘 했고, 행사도 큰 문제 없이 잘 끝내놓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현장에서 사진작가님이 찍어주던 그 수많은 사진 중에 하필 우리에게 필요한 그 배너 사진 한 장만 없었습니다.
사실 그때의 저는 MICE 햇병아리로 행사장의 모든 사진은 사진작가님이 당연히 알아서 찍어 주시는 줄 알았어요. 필요한 사진은 따로 사진작가님께 요청하거나 챙겨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배너에 로고를 넣으라고 지시한 PM도, 로고를 넣어 디자인을 한 저도, 발주와 배너 설치를 맡았던 인턴도…
행사장에서 그 배너의 사진을 찍어놨어야 한다는 것을 그 누구도 챙기지 못했던 것이죠.
지원금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명확한 증빙 없이는, 당연히 지원금도 없습니다.
'공사 담당자에게 솔직히 말하고 빌어야하나?'
'지원금 이대로 날리는건가?'
' 현장사진에 배너 티 안나게 합성할까?' (물론 이건 안됩니다!)
모든 팀원이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우선 각자 핸드폰을 열어 본인의 사진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저는 없어요" "저도 없어요.."
모든 사람이 없다는 말을 외치고 다들 속으로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던 그 순간, 기적처럼 사진 한 장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사전 세팅 날, 인턴 친구가 모든 배너를 조립해서 사무국 앞에 일렬로 세워 둔 모습을 찍어둔 사진이었고 그 중에 저희가 찾던 배너가 함께 있었던 것입니다! 지나가다가 그 순간 현장 준비의 짠함이 느껴져서 찍었던 사진이라 제가 그 사진을 찍었다는 것조차 까먹고 있었어요. 유레카!
“팀장님!!! 사교행사장은 아니지만, 이 사진이면 될까요!?”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을 남기기 위해 찍었던, 제 핸드폰 속에서 잠자고 있던 단 한 장의 사진. 그 사진으로 우리의 소중한 지원금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