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스테이플러
회사에서 연차가 쌓이면 우리는 모두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군가의 선배가 됩니다. 그리고 강한 현타가 연이어 찾아오지요.
‘나도 아직 업무를 배워야 하는데 후배를 가르치라고?’ (첫 번째 현타)
‘후배들이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게 관리하라고?’ (두 번째 현타)
좋은 선배가 되고 싶은데 아직 업무적으로도 중간 관리자로도 경험이 부족해서 ‘내 앞가림도 하기 힘든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고, 부담감이 커지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부담감이 생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업무적으로 성장하고 싶고,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어 노력하고 있으므로 생겨나는 거지요. 그래서 사연자님은 자신의 부족한 면을 돌아볼 줄 알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고, 그 모습이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사연자님이 능력이 뛰어난 선배를 닮고 싶다는 마음이 넘쳐서 은연중에 자신과 비교하며 자신을 스스로 낮게 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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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배란 무엇일까요?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선배란 ‘신뢰’할 수 있는 선배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업무 능력과 전문성도 신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지요. 하지만 진정한 신뢰는 솔직하게 일하는 태도에서 생겨납니다.
우리는 회사의 모든 업무를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업무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건 조언자님이 바라보며 배우는 실장님도, 회사 생활 18년 차인 저도 마찬가지예요. 선배라는 역할을 과하게 의식해 후배들에게 업무를 완벽하게 알려줘야 한다는 지나친 부담감을 느끼지 마세요. 내가 모르는 업무는 솔직하게 모른다고 용기 내 말하고, 함께 방법을 찾아보면 됩니다. 내가 아는 업무는 내가 아는 선에서 솔직하게 알려주고 더 자세한 사항은 상사나 주변 도움을 받아 스터디한 후 알려주면 됩니다.
신입사원 시절 진심으로 믿고 따랐던 A 부장님이 있었습니다. 당시 10년 차였던 부장님은 입사 0년 차인 제가 보기에 월등히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갖추고 계셨지요. 하지만 그분을 존경하고 믿고 따르게 했던 진정한 매력은 솔직함과 단단함이었습니다. 본인이 해 본 적이 있는 업무라면 개인 자료를 아낌없이 공유해주며 상세하게 피드백을 해주셨고, 잘 모르거나 직접 실무로 진행해 본 적이 없으면 솔직히 모른다고 말하며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셨어요.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한결같은 그 분의 모습은 작은 실수 하나에도 잠 못 이루던 소심한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좋은 선배이자 조력자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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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인간상은 허구로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을 닮아서도 안 되고, 닮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곳에서 살고 있는 자기 자신'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지 않고서는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우리 오늘부터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볼까요? 그리고 후배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에 거기에 마음을 두지 마세요.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에 나오는 이 구절처럼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매력을 천천히 살펴보세요.
빠르게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내가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려도 하나씩 배워가며 앞으로 나아간다면 충분합니다. 그러다 지치면 문구박스 문을 또 두드려 주세요. 저희 에디터 모두 사연자님을 응원할게요! |